오병이어 사건 이후 제자들을 배를 태워, 자기보다 먼저 건너편 벳새다로 가게 하시고, 그동안에 무리를 헤쳐 보시고 보내시고 나서 세상과 무리의 요구와 의도를 파악하신 예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올라가신다(요6:14~15). 어쩌면 무리의 의도를 외면하신 예수에 대한 실망감을 제자들은 혹시 갖지 않았을까? 제자들은 바다 가운데서 역풍을 만나 이른 새벽까지 배를 젓느라고 몹시 애를 쓰고 있었다. 그때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서 제자들 쪽으로 오시다가 그들 곁을 지나쳐 가시려고 하였다. 왜 곤경에 처한 그들을 그냥 지나쳐 가려 하셨을까? 컴컴한 새벽 거친 파도와 역풍 속에서 바다 한 가운데를 여유롭게 걷는 누군가를 본 그들은 두려워하며 놀라서 그가 유령이라고 여겨 소리쳤다. 그러자 예수께서 곧 제자들을 향하여 "에고 에이미" 즉 자존하시는 창조주이심을 선언하시며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라고 명령하신다.(Take courage! It is I. Don't be afraid. 막6:50) 그리고 예수께서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그쳤다. 제자들은 너무나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세상은 오늘도 인간적 욕구와 필요를 채우시는 메시아를 기대한다. 세상의 환영과 환대를 거부하는 삶, 그것은 쉽지 않다. 마가는 말한다. 그들은 마음이 무디어서 무리에게 빵을 먹이신 기적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막6:45~52) 예수를 나의 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나에게 예수는 어떤 메시아일까, 제자들처럼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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